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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 빅뱅 이론 이외의 가설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론 : 우주 탄생 이론
정적 우주론 (Static Universe)
허블에 의해 실험적으로 빅뱅 이론에 대한 가설에 힘이 실어지기 전까지는 영원불변하고 변하지 않는 우주인 아인슈타인의 정적 우주론이 우세했습니다. 정적 우주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제안된 우주론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팽창하는 우주, 수축하는 우주, 변하지 않는 우주를 제안할 수 있지만 아인슈타인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우주를 지지했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에 우주 상수를 도입하여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허블-르메르트의 법칙에 의해 아인슈타인의 정적 우주론은 철회되었습니다. 이 후, 아인슈타인은 허블을 찾아가 허블의 공로를 인정하고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나의 일생일대의 실수는 방정식에 우주 상수를 넣은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주론 (Inflation Theory)
아쉽게도 빅뱅 이론으로는 우주가 탄생한 순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주 탄생 약 1초 후 부터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1초’ 라고 하면 우리 생활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의 탄생 과정에서 최초의 1초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입니다. 빅뱅 이론으로 우주의 기원에 대한 많은 의문은 풀렸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플레이션 우주론이 화두에 오르게 됩니다. 급팽창 우주론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빅뱅 직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다는 이론으로, 기존 빅뱅 이론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한계들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 탄생으로 부터 10-36초 후, 우주는 광속을 훨씬 넘는 속도로 팽창을 시작하여 짧은 시간 사이에 엄청난 크기로 커졌습니다다. 이것을 우주의 ‘인플레이션 (Inflation)‘ 이라고 합니다. 책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에 의하면 가장 유력한 급팽창 시나리오는 10−38초마다 한번씩 우주 질량이 2배로 늘어나는 약 260번의 배증과정을 거쳐 급팽창 10−35초만에 관측 가능한 우주 만큼의 질량이 생성됐으며 이는 빛이 양성자 크기보다 1조 배 작은 거리를 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다고 합니다. 부피가 적어도 1078배 팽창하였으며 10−34초에서 10−32초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급팽창은 공간 자체가 초광속으로 팽창하는 것이므로 물리 법칙과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었던 원인으로는, 진공에너지에 의한 팽창을 가속시키는 효과에 있다고 봅니다. 급팽창 시기에 중력 요동으로 생성된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의 원시 흔적이 정밀한 우주 관측을 통해 처음 검출됐습니다. 이는 태초에 급속 팽창의 단계를 거쳤기에 지금처럼 균일하고 평탄한 우주 공간이 이뤄졌다는 오랜 급팽창 이론을 확인해주는 강한 증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CfA)는 “남극에 설치한 전파망원경 시설 ‘바이셉2’(BICEP2)를 통해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의 특정한 편광 성분 (원형 편광)을 매우 넓은 우주 공간에서 관측해냈습니다. 이 편광은 중력파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연구팀은 이런 편광의 우주 분포와 패턴을 관측하고 원시 중력파의 흔적만을 걸러내 이를 급팽창의 증거로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편광 패턴을 분석해 급팽창이 대폭발 직후 10-37초 동안에 1016 GeV의 에너지 규모에서 일어났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빅 바운스 이론 (Big Bounce Theory)
우주에 태초의 시작이 있고 언젠가 차가운 죽음이 온다는 빅뱅 이론의 설명과는 달리, 빅 바운스 이론은 우주가 시작도 끝도 없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우주의 팽창이 빅뱅이라면, 우주의 수축은 ‘빅 크런치 (Big Crunch)라고 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이 부피가 없는 한 점(특이점)에서 우주가 폭발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빅 바운스 이론 (Big Bounce Theory)입니다.
루프 양자 우주론으로부터 추론된 이 가설은 간단히 말해 빅뱅 이전에는 우리 우주의 거울상인 거울 우주가 있었고, 이 우주가 수축하여 빅뱅을 일으켜 우리 우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도 1930년대에 빅뱅 이론을 제거한 순환우주론(cyclic cosmology)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이론도 ‘빅뱅 이전엔?’ 이라는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이 되지 못합니다. 빅 바운스나 순환 우주는 어떻게 시작됐고, 그 이전은 무엇이었느냐는 새로운 질문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타계 열흘 전인 2018년 3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스타 토크 쇼에서 ‘빅뱅 이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진행자인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질문에 호킹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빅뱅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결론
우주와 우리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게 파고들수록 철학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게 되는지 생각하다 보면 인생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하루로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